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쾌속질주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과 ‘EV6’가 디자인, 공간성, 주행거리 등에서 호평을 얻으면서 당초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목표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ㆍ기아 양재사옥 전경. [e대한경제 DB]

31일 현대차ㆍ기아의 IR 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판매된 아이오닉5와 EV6는 5만589대로 집계됐다. 전용 전기차 론칭 6개월이라는 단시간 내 글로벌 5만대를 돌파한 것이다.

현대차가 지난 4월 출시한 아이오닉5는 내수 1만5467대, 수출(선적 기준) 2만3050대 등 3만8517대가 팔렸다. 기아가 지난 8월 내놓은 EV6는 글로벌 판매 1만2072대(내수 4564대, 수출 7508대)를 기록했다.

두 모델은 사전계약 때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이오닉5는 사전계약 첫날 2만3760대를 기록해 국내 완성차 및 전기차 모델을 통틀어 역대 최다를 찍었다. EV6도 사전계약 첫날 2만1016대로 기아의 승용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체 중 최고치다.

현대차 ‘아이오닉5’. [현대차 제공]

이처럼 현대차ㆍ기아의 전용 전기차가 인기를 끈 요인으로는 차세대 플랫폼인 E-GMP가 꼽힌다. 세계 최초로 400V/800V 멀티 급속충전 시스템을 적용해 다양한 충전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게 특징이다.

양방향 V2L이 적용돼 차를 휴대용 배터리처럼 활용할 수 있으며, 모터와 구동축을 주행상황에 따라 분리하거나 연결할 수 있는 ‘감속기 디스커넥터’를 탑재해 후륜 및 4륜구동 방식으로 자유롭게 전환 가능하다.

이에 따라 아이오닉5ㆍEV6는 휘발유나 경유 차량의 엔진 자리에 모터를 탑재한 전기차가 아니라 설계부터 전기차 전용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내연기관차에 비해 불필요한 공간이 없고 생산 효율과 설계 편의성도 향상됐다.

해외에서의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오닉5의 경우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자이퉁이 지난달 BMW iX3, 아우디 Q4 e-트론을 제치고 가장 우수한 전기차로 꼽았다. 또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 익스프레스의 신차 어워드에서 ‘2021 올해의 차’, ‘최고의 중형차’, ‘최고의 프리미엄 전기차’, ‘최고의 디자인’ 등 4개 부문을 석권하기도 했다.

기아 ‘EV6’. [기아 제공]

EV6 역시 영국 자동차 전문매체 왓카, 네덜란드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위크,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로부터 “테슬라 모델3보다 훨씬 빠른 충전 속도를 갖췄다”, “배터리 충전 기술력이 뛰어나고 매우 효율적이다” 등의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ㆍ기아는 신형 전용 전기차도 연달아 선보인다. 이미 현대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는 지난달 첫 전용 전기차 ‘GV60’을 공개하고 계약 시작 일주일 만에 1만대를 넘어서는 등 뜨거운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냈다. 기아는 연내 제로백 3.5초인 고성능 모델 ‘EV6 GT’를 출시한다.

아울러 현대차는 E-GMP를 기반으로 내년 중형 세단 ‘아이오닉6’를, 오는 2024년 대형 SUV ‘아이오닉7’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2027년까지 7개 차종의 전용 전기차를 론칭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2045년 탄소중립 목표를 빨리 당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독일 IAA 모빌리티 2021’에서 2040년까지 차량 운행, 공급망(협력사), 사업장(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75% 줄이고 탄소 포집ㆍ활용ㆍ저장 기술(CCUS) 등을 도입해 2045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제로(0)’로 만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판매에서 전동화 모델의 비중을 2030년까지 30%, 2040년까지 80%로 늘릴 계획이다. 지역별로는 2035년까지 유럽 판매 라인업을 전기차와 수소차로만 꾸리고, 2040년까지 미국과 한국 등 다른 주요 시장에서도 순차적으로 모든 판매 차량의 전동화를 완료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목표가 다른 해외 자동차 메이커에 비해 보수적으로 책정된 만큼 시장 상황과 판매 실적에 따라 조기 달성돼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도 전동화 가속화를 위한 수정 전략이 준비되는 대로 공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이근우기자 gw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