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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효율등급제, 전기차에 적용하면 효율 좋아질까[더스쿠프]
          2024-04-27 | 64
더스쿠프 마켓분석
에너지효율등급제 확대 적용
5등급 전기차 수요와는 무관
퇴출 위한 최저 기준도 없어
높은 연료비에 경쟁력도 없어
머리 맞대고 효과성 재고해야

TV, 에어컨 등 가전제품 옆엔 공통으로 똑같은 라벨이 붙어 있다. 에너지소비효율을 기록한 라벨이다. 1등급부터 5등급까지 있는데,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내는 제품이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정부는 이를 전기차에도 적용했다. 그러면서 "고효율 전기차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자동차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에만 최저소비효율기준이 없다.[사진=뉴시스]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 이 제도의 목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제품에 5단계로 나눈 등급을 부여하는 거다. 1992년 9월에 처음 시행했다.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 웬만한 가전제품에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이 붙어 있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에너지절약형 제품을 구입하고, 제조(수입)업자는 생산(수입)단계에서부터 에너지절약형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취지의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는 1998년부터 자동차에도 적용하고 있다. 물론 내연기관차다. 2012년을 기점으론 전기차에도 내연기관차의 연비와 비슷한 개념인 전비(㎞/㎾h)와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표시하고 있지만,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은 여태껏 내연기관차에만 적용해 왔다.

그러던 최근 몇 년 새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자 지난해 2월 정부는 전기차에도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세계 최초로 전기차의 전비를 등급화해서 표시ㆍ광고하는 것"이라면서 의미를 부여했다.

7개월 후인 그해 9월 정부는 신규 전기차에 이 제도를 시범 적용했고, 올해 4월 1일부터는 그 대상을 모든 전기차로 넓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가 전기차 효율을 쉽게 비교할 수 있어 고효율 전기차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 생산자가 전기차 모델별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한국에너지공단에 신고하면 공단이 신고 내용을 검토해서 등급에 맞는 라벨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산업부는 '전기차 등급별 모델 현황(2024년 3월 26일 기준)'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278개 모델 중 1등급은 6개(2.2%), 2등급은 54개(19.4%), 3등급은 73개(26.3%), 4등급은 83개(29.8%), 5등급은 62개(22.3%)다. 대부분 3~5등급(78.4%)에 몰려 있다는 건데, 이는 정부가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를 시행하는 이유로 봐도 무방하다.

1~2등급 전기차가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도록 유도하고, 제조사들도 이 수요에 맞춰 3~5등급의 전기차를 1~2등급 수준으로 끌어올리게끔 만들겠다는 게 이 제도의 취지여서다. 문제는 정부의 바람대로 이 제도가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느냐인데, 이를 둘러싼 의문을 하나씩 살펴보자.

에너지소비효율 5등급의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도 연간 연료비가 높다.[사진=뉴시스]

■ 이슈 5등급 전기차의 정체 = 첫째 의문은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를 통해 3~5등급의 전기차 에너지소비효율을 개선할 수 있느냐다. 산업부는 "1등급 전기차의 연간 충전요금은 5등급 전기차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고, 내연차의 연간 연료비와 비교해도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고 설명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했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를 통해 5등급 전기차의 수요가 좀 더 효율이 높은 등급의 전기차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산업부의 바람이 이뤄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5등급 전기차의 면면을 보면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5등급 전기차 62개 모델 중 25개는 화물차나 승합차다. 이 차종의 등급은 내연차에서도 낮다. 운송용 자동차의 특징이다.

이를 제외한 37개 모델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전기차들이다. 포르쉐(20개), 아우디(8개), 벤츠(6개), 롤스로이스(2개), BMW(1개) 등이다. 에너지소비효율보다는 성능에 집중하는 이런 전기차를 구매하는 수요자들에게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은 중요한 결정 요인이 아니다. 연비가 최악인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선택하던 소비자가 연비를 이유로 고연비 경차를 선택하지 않는 것과 같다.

■ 이슈 최저소비효율기준의 부재 = 둘째 의문은 낮은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을 높일 유인책이 적절하냐는 거다. 원래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는 시장에 모든 걸 맡겨두는 제도가 아니다. '최저소비효율기준'이라는 걸 둬서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한 제품은 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등은 모두 그 기준에 따라 에너지소비효율이 개선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자동차에는 최저소비효율기준이 없다.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동차는 탑승자 수와 운전자의 운전 습관, 노후 상태 등에 따라 에너지소비효율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 최저소비효율기준을 두지 않고 있다." 최저소비효율기준이 없는 이유가 '연비나 전비의 유동성'에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따지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의 등급 간 차이도 얼마든지 유동적일 수 있다. 최저소비효율기준이 없으면 연비가 형편없는 전기차가 시장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가 '고효율 등급 전기차'를 구매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망상일지 모른다.

■ 이슈 전기차 경쟁력 = 첫째, 둘째 과제를 풀어내 전기차에 도입한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가 제 역할을 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연간 연료비로 따져볼 때 전기차가 과연 경쟁력이 있는지 의문이어서다.

한국에너지공단 수송통합시스템 자료를 토대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등급별 연간 연료비만 비교해봤다. 그랬더니 내연기관 1등급인 자동차의 연간 연료비는 140만원대였다. LPG차의 경우 4등급이어도 연간 연료비는 149만원에 불과했다. 1등급 하이브리드차는 110만원대까지 떨어졌다.[※참고: 연간 연료비는 주행거리 1만5000㎞, 내연기관차는 2023년 연료별 평균판매가격, 전기차는 2023년 급속충전단가를 적용했다.]

[사진=뉴시스]

물론 전기차의 연료비는 1등급이 87만원, 2등급이 100만원 안팎으로 훨신 저렴하다. 하지만 3등급은 120만원대, 4등급은 140만원대, 5등급은 160만원대였다. 차종에 따른 편차는 있지만, 3등급 이하 전기차의 연간 연료비는 내연기관차와 비슷하거나 때론 더 높았다.

충전 인프라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전기차를 선택할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향후 전기요금 정상화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로 확대 적용한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전기차 정책 유관 부서(산업부와 환경부)가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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