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을 강조하는 가운데 기업들도 업무용 차량을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들은 업무용 차량을 친환경차로 바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강화할 계획이지만, 여전히 부족한 충전 인프라나 비싼 초기 비용 등이 걸림돌로 꼽힌다.

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법인 승용차 중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신규등록대수는 2017년 2만대 미만에서 지난해 5만대를 넘겼다. 지난해말 기준 법인 차량은 약 40만대로, 전체 법인 차량 8대 중 1대는 친환경차다. 올해 4월까지 법인의 친환경차 등록대수는 벌써 지난해의 절반인 2만5000대를 넘긴 상황이라 올해도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포터 EV, 기아 봉고. / 현대차그룹

정부는 올해 초 ‘한국형 무공해차 전환 100(K-EV10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은 올해 신규 도입 차량의 80% 이상을 전기·수소차로 선택하고, 프로젝트 참여를 선언한 기업은 2030년까지 보유차량 100%를 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현대차와 기아, 삼성, SK, 포스코(POSCO) 등 20개 제조기업과 국민, NH농협 등 6개 금융기업 등 총 26개의 기업이 프로젝트 참여를 선언했다.

기업들은 운행량이 많고 탄소배출이 많은 운송업무용 차량부터 친환경차로 바꾸고 있다. 현대차는 다음 달부터 우체국 물류지원단과 함께 중형 트럭 마이티 전기차를 운송 차량으로 1년 간 시범운영한다. 마이티는 국내 물류운송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중형트럭으로, 기존에 우체국에서 쓰던 디젤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탑재한 마이티를 투입해 실전에 최적화된 차량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국GM은 이달까지 쉐보레 볼트EV 380대를 롯데그룹에, 기아는 올해 말까지 CJ대한통운에 전기트럭 봉고3 EV를 28대를 공급한다. 업무용 전기차 도입과 함께 인프라 확충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전기차 17대, 전기차 충전기 8기를 명동 본점에서 운영하고 있는 우리은행은 이달까지 전국 영업점 10곳에 업무용 전기차와 충전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래픽=박길우

업무용 차량을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데는 걸림돌도 있다. 우선 친환경차는 내연기관 대비 초기구매비용이 높다. 상용차로 많이 쓰이는 현대차의 포터2는 2020년식 기준 내연기관 모델을 최소 1600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지만 전동화모델의 경우 최소 4000만원에서 시작한다. 높은 초기 비용 때문에 서울 지역의 법인용 전기차 보조금 접수대수(2918대)는 공고대수(2027대)를 훌쩍 초과한 상태다.

또 내연기관 대비 충전인프라가 부족하고 고급모델도 없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업무용 차량으로 장기렌터카를 많이 이용하다보니 지난해부터 친환경차 렌트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며 “올해 4월까지 법인 장기렌트 차량 중 친환경차의 비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41%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직까지 충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고, 임원 차량 같은 경우 현 세단을 대체할만한 고급모델이 없어 친환경차 비중은 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완성차업체들이 전동화를 가속화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친환경차 구매 비용은 낮아지고 충전 인프라는 늘어날 예정이다. 서울시는 3일 내년까지 전기차 급속충전기 5000기를 추가 설치해 2025년까지 총 20만기의 충전기를 확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기는 약 8400기다.

친환경차 구매 기업을 보조하는 방안도 등장했다. 현대차는 법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달 특화 서비스 ‘EV 충전 솔루션’ 서비스를 론칭했다. 부족한 충전 인프라를 보조할 수 있도록 전기차 충전기를 법인에 무상 대여하고 관리와 충전 비용부담을 줄여준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