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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단독주택 사는 유아인만? 아파트 주차장은 ‘충전 전쟁’ 중
          2021-02-06 | 221

전기차 10만대 시대 ‘충전 갈등'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13만대를 넘어섰지만, 전기차 충전기 등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시점이다. /조선일보DB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13만대를 넘어섰지만, 전기차 충전기 등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시점이다. /조선일보DB

“죄송한데, 차 좀 빼 주실 수 있나요?”

지난달 초, 서울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에 사는 박모(35)씨는 밤 11시쯤 전화를 받았다. 박씨의 차량은 휘발유를 쓰는 내연기관차. 전화를 건 사람은 전기차인 테슬라 차주였다.

박씨는 “오래된 아파트라 주차장이 작아서 밤에는 이중 주차까지 할 정도로 주차난에 시달린다”며 “그날도 차 댈 곳을 찾지 못해 전기차 충전 구역인 줄 알면서도 주차했다. 아침 일찍 차를 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테슬라 차주는 “늦은 밤 실례인 줄 알지만, 오늘 충전을 못 하면 내일 출근을 못해 전화를 드렸다”며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 배터리가 빨리 닳아서 충전에 애를 먹는다”고 했다.

800가구가 넘는 이 아파트에는 전기차 충전 구역이 3곳 있다. 휘발유나 경유 등 내연기관차가 5분이면 주유하는 것과 달리, 전기차는 급속의 경우 40~50분, 완속의 경우 5시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테슬라 차주의 간곡한 부탁에 차를 뺀 박씨는 한밤중에 다시 주차할 곳을 찾아야 했다.

이제 더는 국내 도로에서 전기차의 상징인 파란색 번호판을 보는 게 어렵지 않다. 통계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13만4962대. 2019년(8만9918대)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기 등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밤 11시에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양보한 박씨의 사례는 양호한 편. 아파트 내 전기차를 둘러싼 충전 갈등을 들여다봤다.

◇케이블 빼버렸다고 경찰 신고도

‘아파트 주차장에 있는 전기차 충전 구역에 내연기관 차량이 주차하면 신고 가능한가요?’

약 19만 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전기차 커뮤니티에 최근 올라온 글이다. 이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전기차 충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온다. 그중 단골 주제가 ‘아파트 내 주차 갈등’이다. 해당 글쓴이는 “가구당 주차 대수가 1.2대로 사실상 주차장 여유 공간이 없다 보니 주차전쟁이 따로 없다”며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 충전기 자리에 주차하면 신고 가능하냐. 가능하다면 어디에 신고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최근에는 경찰에 고소당했다는 사람도 나왔다. 한 전기차주가 충전이 끝났는데도 차를 빼지 않는 다른 전기차의 충전 케이블을 뽑아버렸더니, 재물손괴죄로 경찰에 고소당했다는 것. 글쓴이는 “해당 차량은 매번 상습 주차를 하는 데다 연락처도 없어서 케이블을 탈착한 뒤 관리소에 말했더니, 고소했더라”며 억울해했다.

서울 은평구 아파트에 살면서 2년째 전기차를 타는 신모(35)씨는 “전기차 충전기 자리에 주차된 차를 빼달라는 요구를 했다가 주민들과 몇 번 얼굴을 붉힌 이후부터는 아예 일반 주차 자리를 확보해 놓은 뒤 차 빼 달라고 부탁한다”고 했다. “주변에서 전기차 산다고 하면, 어렵지 않게 충전 가능한 곳(집밥)이 있는지부터 꼭 확인하고 나서 사라고 합니다.”

서울시에 접수된 전기차 충전 방해와 관련된 민원은 2019년 상반기 월평균 153건에서 2020년 상반기 228건으로 49% 증가했다.

◇전기차 충전구역에 주차, 처벌 가능할까

그렇다면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자리에 주차한 차량을 처벌할 수 있을까. 현행 친환경자동차법은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 구역에 주차한 일반 차량에 대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전기차 충전기 의무 설치 구역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2017년 4월 6일 이후 지어진 건물 중 100면 이상 주차 구획을 갖춘 공공건물이나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이에 해당하는데, 서울시의 경우 전체의 2.7%에 그친다. 또 완속 충전기는 해당하지 않으며, 급속 충전기여야만 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완속 충전 시설에서도 충전 후 12시간 안에 차를 옮기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기서도 아파트 등 주거시설에 설치된 완속충전기는 제외된 상태다. 이에 대해 전기차주들은 아파트도 과태료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내연기관 차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휘발유차를 타는 직장인 김모(37)씨는 “전기차 충전기가 있는 자리를 마치 전기차 전용 주차 구역처럼 여기는 차주도 많다”며 “휘발유차가 아파트 주차장에 와서 기름 안 넣는 것처럼, 전기차주도 밖에서 충전하고 와서 주차해야 공평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기차는 단독주택 소유주만?

사정이 이러다 보니 전기차는 ‘단독주택 소유주만 탈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실제 한 방송에서 자신의 전기차인 테슬라X 를 공개한 배우 유아인은 단독주택에 전기차 충전기를 가지고 있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우리나라는 도심의 60% 이상이 아파트로 공용 주차장을 쓰는 데다, 겨울이면 날씨가 추워 차들이 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특히 이런 갈등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존 충전기는 벽에다가 많은 공간을 두고 전기차 전용으로만 만들다 보니, 비(非)전기차주 입장에서는 전기차에만 특권을 주는 것 같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며 “커피 전문점에서 공용 콘센트를 두고 각자 충전 케이블을 꽂아 노트북을 충전하는 것처럼, 주차장에서도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구분 없이 바닥에 충전기를 매립한 뒤 필요한 차량은 케이블을 꽂아서 충전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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