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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칼럼] 일본, 교통사고의 6%만 진단서 발행…한국은 60% 수준
          2020-02-12 | 545
최근 펠리세이드 전복사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현대차의 대형 SUV인 펠리세이드는 작년 출시되면서 최고의 인기를 끄는 차종으로, 아직도 차량을 받으려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이 차종은 미국에서만 생산하는 기아차의 텔루라이드와 함께 쌍두마차로 역시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주부는 최근 펠리세이드 차량을 운전하다가 내리막길에서 버튼식 변속기의 후진버튼인 R을 잘못 눌렀다. 차량은 엔진보호를 위해 자동으로 시동을 껐고, 당황한 운전자가 한두 번 제동을 했지만 제동을 위한 진공배력이 점차 없어지면서 차량속도가 빨라지며 결국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문제로 언론 등 여러 분야에서 논란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초기에 차량 결함으로 4억원 이상을 배상하라는 운전자의 무리한 요구가 논란이 되기도 해 블랙 컨슈머에 대한 비난도 잇따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안전을 도외시한 현대차의 차량 문제라는 인식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는 블랙 컨슈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함과 동시에 자동차 제작사에 대한 소비자 보호라는 측면에서도 고민이 되는 상황이다.

우선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전말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블랙 컨슈머가 많아서 생각 이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한몫 하려는 소비자들도 은근 있다는 점이다. 교통사고라도 발생하면 전체의 60% 정도가 병원을 가서 진단서 등을 발행하는 부분도 모두가 피해자만 있지 가해자는 없는 잘못된 관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 전제 교통사고의 단 6%만 병원을 가서 진단서 등을 발행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그 10배가 되는 부분은 분명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 문제가 발생하면 이러한 부분에 대한 무리한 피해의식으로 상식 이상의 요구도 많기 때문이다.

동시에 국내 제작사들도 소비자에 대한 배려나 보호의식이 약하고 정부도 소비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자동차 분야만큼은 심각한 결격사유를 지니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아예 없고 자동차에 대한 결함유무도 운전자가 밝혀야 하는 구조 등 미국과 정반대의 움직임으로 급발진 사고도 100% 패소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문화적 선진 의식에 대한 부족함도 크게 탓할 수 있고 제작사의 소비자 보호라는 선진 인식도 극히 약하다고 할 수 있는 양면적 부분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펠리세이드의 문제는 두 가지 측면을 고민해야 한다. 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본적으로 정부나 공공 차원에서 소비자를 생각하고 조사에 들어가서 근본 원인을 찾았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크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원인 해석과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아쉽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소비자에 대한 잘못된 운전방법도 탓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운전에 대한 완벽한 인식이 부족해 우선적으로 완전히 잘못된 버튼을 눌러 자초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본인의 잘못된 운전에 대한 부분도 큼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요구로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일파만파로 번진 부분도 있지만 본인이 올릴 글로 인한 파급은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차근차근하게 따지면서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판단은 분명 필요했다.

두 번째로 버튼식 변속에 대한 문제다. 아마도 주변에서 잘못 버튼을 누른 경우는 누구나 한두 번 있을 것이다. 운전자 본인도 운전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하거나 급한 용무로 인해 당황하면서 잘못된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대부분 승용차의 센터페시아라는 중앙부분에 변속기 레버가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벤츠 등은 와이퍼가 움직이는 우축 다기능 스위치 부분을 컬럼 방식의 변속기 레버를 사용하는 경우도 간혹 실수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자신도 모르게 와이퍼 동작으로 판단하고 레버를 움직여 깜짝 놀라는 경우가 간혹 있기도 하다는 것이다. 운전을 할 때 주변에 그 많은 버튼 중 무의식적으로 또는 조수석에 앉아있는 탑승자가 잘못된 버튼을 누른다든지 하는 이유로 차량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

특히 자동변속기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중간에 중립 기능인 N을 놓아서 실수를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 완충영역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PRND 순서로 되어 있어서 전진과 후진 사이에 중립을 놓아서 완충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튼식은 단 한번의 누름으로 바로 차량에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이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요구된다.

다른 제작사의 버튼식 변속기에는 운행 방향에 대하여 혹시나 잘못된 행위를 하였을 경우 중립으로 자동 전환되거나 차량의 속도를 줄이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엔진 보호가 우선이 아니라 탑승자 보호를 먼저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운전 중 차량의 시동이 꺼지게 되면 제동장치 등 여러 장치가 먹통이 되면서 탑승자의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이러한 행위로 시동을 꺼지게 하면 절대로 안 된다. 또한 버튼식의 경우 일번적인 변속기 위치에 버튼을 놓기 보다는 전방 시야에 와 닿는 위로 올려서 버튼을 놓는다면 실수는 훨씬 줄어들게 된다. 다른 차종의 사례를 보면 충분히 참조가 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펠리세이드 문제는 우선적으로 운전자의 잘못된 행위가 사고 유발을 유도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제작사의 잘못된 설계로 인한 문제임을 지적하고 싶다. 만약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에서 발생한 같은 사건이라면 징벌적 보상제가 활용되는 소비자 중심의 시장 논리로 판단했을 것이다. 아무리 글로벌 제작사라 하여도 상식적인 설계상의 미세한 실수가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가 종종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 사건의 경우 단순히 지나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탑승자의 안전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기본 논리를 좀 더 생각해보게 만든 사건이다. 현대차도 이번 사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정부도 앞으로 자동차 분야에서 소비자의 보호를 위한 근본적인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합리적인 판단으로 이 사건에 대한 논란이 가라앉기를 바란다.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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